베라르AIT의 효과; " 기적의 소리: 자폐증 승리"

 

베라르박사로부터 베라르AIT 치료를 받은 후에, 자폐증이 완치된 George의 어머니인 Stehli가

1991년에 쓴 저서,"기적의 소리: 아동의 자폐증 승리(The Sound of Miracle: A Child's Triump over Autism"

라는 책을 한국어로 번역, 요약한 내용입니다. ↓

(* 이 책과 조지를 통하여, 베라르AIT는 더욱 더 전 세계에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조지의 치료 동영상은, 본 홈페이지 동영상코너, 또는 블로그, 9. 베라르AIT(미국방송, 동영상)에서 시청가능)

 

 

 

 

 

 

 

 

 

자폐증을 이겨낸 내 딸 조지

 

애너벨 스텔리는 어찌할 줄을 몰랐다. 딸 조지(George)는 건강하고 정상적인 것처럼 보이는데도 사람을 만나기를 싫어하고 말도 못했다(말을 하지 않으려 했다). 그리고 늘 혼자서 빙글 빙글 돌아가는 팽이나 창밖의 나무에 흔들리는 나뭇잎들을 끝없이 지켜보는 등의 이상한 행동을 하였다.

 

의사들은 조지가 결단코 다른 사람처럼 사랑하고 배우고 의사소통을 못할 것이라고 했다. “정신병원에 입원시키세요. 따님은 바깥 세상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할 겁니다.” 그러나 애너벨 스텔리는 딸을 포기하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만일 조지를 침묵의 감옥에서 끌어낼 길이 있기만 하다면, 반드시 그 방법을 찾아내고야 말겠다고 결심했다.

 

갓 태어난 딸 조지를 처음 안았을 때, 나는 그 아이를 조심스럽게 살펴보았었다. 모두가 정상인 것을 확인하고 마음이 놓였다. 손가락과 발가락도 모두 제대로 있었다. 그러나 며칠 지나면서 그 아이의 눈이, 신생아의 눈이란 점을 감안하더라도 너무나 초점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구나 그 애는 먹는 것도 시원치 않아서, 고작 1분쯤 젖을 빨고는 이내 잠들어 버렸다. 병원 측에서는 발바닥을 때려서 잠을 깨우라고 하였지만, 그렇게해도 10초 쯤 젖을 빨고는 다시 잠들어 버렸다. 난산으로 태어난 아기이고, 매우 걱정되는 일이 었다.

 

조지는 제왕절개 수술에 의해 정상보다 한 달 이른 1965년 5월 24일 아침에 태어났다. 내가 두 차례나 하혈을 하자, 의사는 아기가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제왕절개 수술을 했다. 조지는 출생 시에 몸무게가 기준치에 미달했고 신생아 신체건강 평가에서도 평점이 낮게 나왔다. 병원에서는 걱정할 것 없다고 했지만, 아기가 젖을 잘 빨지 못하는 것을 보고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퇴원하여 뉴욕시에 있는 우리 집으로 아기를 데려올 무렵, 조지는 몸무게가 2.1kg 정도에 불과했다. 좀 과장해서 말한다면 아기를 남편 빌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을 수 있을 정도였다. 보통의 아기 옷은 흘러내리기 때문에 인형 옷을 입혔다. 처음 몇 주가 지나자 조지는 체중이 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 달쯤 지날 무렵에 더욱 걱정스러운 일이 생겼다. 도치가 갓난 애였을 때와는 달리,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고 내 손가락을 움켜잡으려 하지도 않았다. 아기 소리도 내지 않았고, 흔들어 주어도 좋아하는 기색이 없었다. 웃겨 볼 수도 없었다.

 

내가 낳은 아기에게서 외면 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해결책을 찾기 위, 소아과 의사에게 조지가 지진아일 가능성이 있느냐고 물어 보았다. 의사는 정상이라는 의견이었다. 신경테스트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그저 아기에게 사랑을 듬뿍 쏟아주면 됩니다.”라고 의사는 이렇게 말 할 뿐이었다. 나는 아기의 관심을 끌기 위해 더욱 애썼고, 아기에게 더 자주 말을 걸었다. 남편도 점점 이상하고 냉담한 듯한 아기의 행동을 알아채고 나처럼 어리둥절하고 허탈한 기분에 빠졌다.

 

특히 당혹스러운 사건이 있었다. 생후 6개월 경에, 조지는 내가 바느질 바구니에서 꺼내 준 커다란 빈 실패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불러도 전혀 반응하지 않고, 실패만 가지고 놀뿐, 눈 한번 깜빡이지 않았다.

“조지는 누구와도 놀지 않아.”도치가 말했다. ...“조지야.” 내가 부드럽게 속삭이면서 짤랑거리는 장난감 방울을 그 애의 눈앞에서 흔들어 보았다. “조지야, 이것 봐. 방울이 보이지?

조지는 눈앞의 자기 손가락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조지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나는 더욱더 조지가 수수께끼로 여겨졌다. 아무리 사랑을 쏟아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었다.

 

캄캄한 세상 (조지의 언니, 도치의 백혈병 진단)

1967년 9월이 되었다. 이제는 조지의 언니, 도치를 유치원에 보낼 준비를 해야 할 때였다. 그런데 도치가 이상하게 피곤해했다. 혈액을 검사했다. 이튿날 우리 부부는 다시 병원에 가서 혈액검사 결과를 들었다. “아주 나쁜 소식을 전해드려야 하겠습니다.” 나는 얼른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갑자기 방안에 냉기가 돌았다. “검사결과 따님은 백혈병에 걸린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얼마나 살겠습니까?” 남편이 물었다. “길어야 1년쯤.” 나는 주저앉아 흐느껴 울었다. 가슴 속에서 폭포수가 느낌이었다.

 

 그 후 몇 달 동안은 악몽 같은 나날이었다. 긴장과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 원만한 부부 관계를 유지할 수 없었고, 부부싸움이 갈수록 심해지더니, 마침내 어느 날 남편 빌이 집을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나는 허탈상태에 빠졌다. 그러나 나는 오랫동안 자기 연민에 빠져 있을 수만은 없었다. 딸들의 상태가 너무나 심각했기 때문이다. 가을이 되자, 도치는 병세가 오르락내리락 했으므로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조지는 교회에서 운영하는 유아원에 다녔다. 나는 그 애를 정규 유아원에 보내도 괜찮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도치를 병원에 데리고 다니며 치료하려면 당장은 교회 유아원에 보내는 수밖에 없었다. 조지는 유아원측의 호의로 계속 유아원에 다니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애가 유아원에서 무엇이건 배우고 있다는 낌새는 없었다.

 

그러나 조지가 배울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조각그림 맞추기도 할 수 있었고, 소용돌이 모양의 정교한 무늬도 그릴 줄 알았다. 두 살 때는 자기 언니보다도 훨씬 일찍 신발 끈을 맬 줄도 알았다. 그러자 조지의 할머니가 말했다. “조지의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알 수가 없구나. 그 애가 바보가 아닌 것만은 분명해.” 그러던 어느 날, 「선데이」지에 실린 “자아의 시작”이라는 제목의 브루노 베텔하임(오스트리아 츌산의 미국 아동심리학자)의 글이 내 눈을 끌었다. 베텔하임은 신생아 1만 명당 4~5명꼴로 나타나는 발달장애 문제의 권위자로 알려진 사람이었다. 이 글은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는 부모에게 조차도 자기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인간관계를 발전시켜 가지도 못한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발달장애의 증상은 내향적인 행동, 몸 흔들기, 머리 찧기,“의미 없는”놀이, 멍청한 시선, 실어증 등으로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이런 증세를 자폐증이라고 한다는 것이었다. 조지의 증세가 그와 같았다.

 

베텔하임에 따르면, 자폐증은 어머니가 너무 강압적이거나 아기의 의견을 묵살하는데 원인이 있다는 것이었다. 신문을 내려놓고 나니 갑자기 세상이 캄캄해진 것처럼 느껴졌다. 베텔하임처럼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 부모가 어떤 방법으로든 아기의 증세를 악화시켰다는 식으로 말한다는 것이 아주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그건 터무니없는 말이었다. 나는 조지에게 얼마나 정성을 쏟았던가.

 

몇 달 후, 친구가 자기 아들 윌을 나에게 맡게 놓고 연극을 보러 갔다. 나는 두 아이를 2층에 있는 조지의 방으로 데리고 가서 놀았다. 세탁을 하려고 잠시 자리를 비운 동안 윌이 노래상자의 손잡이를 돌렸다. 그것은 조지가 몹시 싫어하는 장난감이었다. 갑자기 소름끼치는 비명이 들렸다. 나는 황급히 뛰어갔다. 조지가 노래상자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있었고, 윌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있었고, 흉하게 찢어진 머리에서 흐르는 피가 손가락 사이로 배어나왔다. 그 날 오후 늦게 친구가 돌아왔을 때, 윌은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나는 친구를 대하기가 미안했다. “조지가 좀 이상하구나.” 친구가 말했다. 솔직한 말이었지만 목소리가 부드러웠기 때문에 충격이 다소 가볍게 느껴졌다. “조지가 윌의 머리를 때려서 이상하다는 거니?” “아니야. 세 살짜리 아이는 누구나 그럴 수 있어. 그것보다는 말을 하지 않고 엄마를 쳐다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 더 걱정이 되는구나.”친구가 말했다. “전문가에게 한번 데려가 보는 게 어떻겠니?” “소아정신과 의사에게?” “그래.” “좋아.” ...“결과를 내게 알려주렴.” 친구는 이렇게 말하면서 나를 얼른 껴안았다.

우리는 뉴욕의 정신과를 찾아갔다. 지난 9개월 동안 소식이 뜸했던 빌도 진료실에 나타났다. 이 무렵 도치는 병세가 더 뚜렷해지고 있었다. 화학치료 부작용으로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했고, 피부는 갈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조지는 전보다 더 멍청했고 더 신경질을 부렸다...

 

진찰실에서 조지는 모든 증세를 다 드러냈다. 까치발로 돌고, 자기 손가락을 응시하기도 했고,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따님에게 문제가 있는게 분명하군요.”스몰 박사가 조지를 관찰하고 나서 말했다.“자폐증이 분명하고 또 지진아인 듯도 합니다.” 지진아라니!, 지금껏 나에게 그런 말을 해준 의사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참을 수가 없었다. “그 애가 지진아라면 어떻게 두 살도 안됐을 때부터 신발 끈을 맸겠어요?” 내가 대들었다. 스몰박사는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는 자폐증 어린이가 지능이 저능아거나 정상 이상인 경우도 있지만 조지처럼 지진아인 경우가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분명히 원인은 아주머니가...” 그는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아주머니가 아이와 접촉을 피한 데 있습니다.” 그의 말이 총알처럼 내 가슴에 박혔다. “뇌손상일 가능성은 없습니까?”, “없습니다.”, “믿지 못하시겠다면, 러스크정신병원에 입원시켜 완전한 검사를 받도록 해드리겠습니다.” “좋습니다. 입원시킵시다.” 빌이 체념하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동안 3월의 쌀쌀한 바람이 몰아쳤지만, 바깥에 나오니 기분이 나아졌다.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하자 나는 두 아이를 태우고 나서, 빌과 작별하려 돌아섰다. 그는 내 팔을 잡고 나를 쳐다보면서 “두 아이를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조지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고, 도치는 죽게 내버려둬요. 그리고 당신은 당신대로 살아가라구.”

 

내가 노려보자, 그는 모퉁이를 돌아 사라졌다. 버스를 올려다보니 두 아이가 얌전하게 앉아 있었다. 얼마나 사랑스러운 아이들인가! 아무도 빌이 옳다고 나를 설득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나는 내 방식대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이 바로 내 삶이다. 나는 두 아이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벨뷰 정신병원에 입원

스몰박사는 조지가 2~6주 동안 러스크 병원에 입원할 것이라고 했지만, 담당 의사는 10일 만에 그 애를 퇴원시키려했다. 그는 잔인할 정도로 솔직했다. 그는 자폐증이라는 진단을 확인하면서 “이 애는 신체나 신경에 아무런 손상도 입지 않았습니다.” 하고 말했다. 그는 내가 왜 그처럼 뇌손상 이야기를 되풀이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지만, 나는 나의 과잉보호나 무관심 때문에 딸이 미치게 되었다는 주장에 저항하고 싶었던 것이다. 조지를 퇴원시키기 전에, 의사는 나를 다른 의사에게로 데리고 갔다. 내가 방에 들어설 때, 그 여의사는 조지의 차트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내가 자리에 앉자 그 여의사는 조지에게 가장 알맞은 병원은 벨뷰병원이라면서, 그 병원의 자폐증어린이진료소에 가보라고 권했다.

 

나는 벨뷰병원 하면, 옛날식 정신병원, 수용소, 철창, 범죄, 그리고 공포에 질린 소름끼치는 사람들이 연상되었다. 그러나 의사는 그 자폐증진료소는 청결하다면서, 조지는 그곳에 입원해서 보살핌을 받게 될 것이며, 주말에만 귀가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주말이라고요?” 나는 네 살도 안된 내 아이가 정신병에 걸린 어린이들과 함께 지내게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해 보았다. 그렇게 하면 정말 희망이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타일러 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조지는 벨뷰병원의 자폐증진료소에 입원한 후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고, 그곳 생활에 적응해 갔다. 3주 동안의 적응기간이 끝나자, 나는 주말에 조지를 집으로 데려오기 위해 병원을 찾아갔다. 나는 육중한 문을 활짝 열고, 빠르게 어둠침침한 로비를 가로질러 걸어갔다. 구식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6층에서 내렸다. 진료소의 유일한 출입문은 잠겨져 있었다. 노크를 했더니, 키가 크고 특이한 용모의 여자가 나를 넓고 조용한 방으로 안내했다.

 

방안으로 들어가니 조지가 방바닥에 앉아서 계속해서 금속제 팽이를 돌리고 있었다. 껴안아보았더니 마치 헝겊인형 같았다. 그래도 그 애의 표정으로 보아, 나를 알아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여자가 옆에 앉으면서 치료전문가라고 자기를 소개했다. 그 여자가 나를 안내하여 아이들이 공부하는 크림색의 밝은 방을 구경시켜 주었다. 나무벽돌이나 퍼즐 맞추기, 장난감 등은 모두 벽장 속에 넣고 잠가 놓아 되도록 아이들을 자극하지 않도록 되어 있었다.

 

치료 방법 중에는 치료사가 아이들에게 선반 위에 전시해 놓은 색체의 물건들을 구별하도록 하는 과정이 있었다. “조지는 잘하고 있어요.” 그 치료사가 말했다. “아주 자신이 있어 보여요. 말도 하기 시작했어요. 아주 고무적입니다. 그것은 자폐증에 걸린 내 딸에 관해 내가 지금껏 들어온 말 중에서 처음으로 듣는 긍정적인 말이었다. 가슴이 설레는 일이었다. 벨뷰병원의 평화롭고 질서 잡힌 분위기가 조지로 하여금 어떤 일에 관심을 집중시키도록 만들어 준 것 같았다....

 

집에 도착하자, 나는 조지와 최초의 진짜 대화를 나누고 싶어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종이를 가지고 왔고, 우리 둘은 배를 깔고 엎드렸다. 나는 커다란 상자를 두 개 그렸다. 하나는 노란색이고 또 하나는 빨간 색이었다. “조지야, 어느 색이 좋으니? 빨강 색이 좋아, 노랑색이 좋아?” 내가 그림을 가리키며 물었다. “빨강!” 그것은 우리가 가진 최초의 진정한 대화였다. 나는 그 그림을 액자에 넣어 벽난로 위에 걸어놓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느 것이 더 좋아? 빨강, 파랑?” “파랑.”. 그럼 파랑이 좋으니, 녹색이 좋으니?” “녹색.” “노랑이 좋아, 녹색이 좋아?” “녹색.” 녹색이 조지가 가장 좋아하는 색 이었다! 조지가 좀 더 나이 든 후에 나는 그 애가 자기 취향을 이처럼 훌륭하게 표현한 것을 축하해서 방을 밝은 녹색으로 칠해 주었다.

 

종잡을 수 없는 조지의 행동

1968년 가을이 되면서, 나는 내 생활이 나아지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도치는 새 약을 투여받고 있었는데 효과가 있는 것 같았고, 조지도 벨뷰병원에서 진전이 보이고 있었다. 치료사들이 조지가 몸을 흔들거나 손가락을 들여다보지 못하도록, 자주 주의를 딴 데로 돌려 준 덕분에 그런 행동을 하는 빈도가 줄어들고 있었다.

열성적이고 활동적인 사회봉사원인 르네와일이 벨뷰병원에서 자페증 어린이들의 어머니 모임을 운영하고 있었다. 와일은 자폐증지료소장 매그다 캐블박사와 함께 최선을 다해 아이들의 문제가 우리 어머니들 탓이 아니라고, 다른 정신과 의사들이 무슨 얘기를 하던 간에 우리가 믿게끔 해주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여러 분은 최선을 다하셨어요,” 캠블박사는 자폐증은 심리적인 원인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고 내게 분명히 말해주었다...

 

이렇게 해서 조지의 자폐증에 대한 죄책감을 다소 줄어들 수가 있었다. 이 무렵 나는 새 아파트로 이사하여 같은 층에 사는 톰과 도리스 부부와 사귀게 되었다. 도치도 그 집 딸 에비와 친해졌고, 주말이면 에비의 두 살짜리 동생 루이자가 우리 집에 와서 조지와 놀곤 했다. 두 아이는 방바닥 위에 1m쯤 떨어져 앉아서 서로 자기 화첩과 매직펜을 가지고 그림 그리기에 몰두했다. 서로 상관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둘이 함께 있었기 때문에 나는 두 아이가 말을 주고받게 되기를 기대했다. 그 무렵 조지는 잘만 하면 접근이 가능한 아이가 되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지는 타이르는 말에 반응하기기 시작했고, 혼자서 흥얼거리는 버릇도 없어졌다. 그러나 절대로 먼저 말을 거는 법이 없었고, 과자를 먹거나 우유를 마시고 싶으면 말을 하지 않고 그저 내 옷을 잡아끌기만 했다. 다만 내가 “과자”라든가 “우유”라고 말하라고 하면, 따라서 모방은 했다.

 

그러나 조지의 대부분의 행동은 여전히 종잡을 수 없었다. 여름 주말에 해변으로 놀러 갔을 때, 우리는 모래를 가지고 즐겁게 놀았다. 그러나 조지는 물을 많이 무서워하여, 물에서 100m 이상 근처에는 접근하려 하지 않았다... 조지는 자기감정을 설명할 능력이 없었으므로, 나는 조지가 바다를 무서워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조지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대부분의 일은 논리적 설명이 불가능했다.

 

한번은 내가 차를 몰고 세인트 조지 호텔 앞을 지나고 있을 때, 조지가 갑자기 뒷좌석에서 몸을 웅크리고 신음소리를 내며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왜 그래, 조지?” 라고 말하면서 차를 길옆에 세웠다. “저거! 저거!” 조지는 한쪽 손을 귀에서 조금 떼고 호텔 쪽을 가리켰다. 조지가 뒷좌석에서 웅크리고 있는 동안, 나는 도치와 함께 그쪽에 가보았다. 호텔의 한쪽 벽에 직경이 15cm즘 되는 조그마한 하수구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단속적으로 푹! 푹! 하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나는 조지를 무릎 위에 앉히고 두 손을 귀에서 떼었다. “아주 작은 소리가 나더구나. 그 소리가 듣기 싫어서 그러니?” 조지는 나에게 잡힌 손을 빼더니 다시 귀를 막았다... 차가 한참 달린 후에야 조지는 귀에서 손을 떼고 긴장을 풀었다. 조지는 지하철 부근에 있을 때, 작은 소리에도 어쩔 줄 몰라 쩔쩔매곤 했다. 도대체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재혼/ 딸 도치가“엄마, 나 힘들어”하고 하늘 나라로

나는 여러 사람들과 사귈 시간도 기운도 없었지만, 피터라는 훌륭한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 증권브로커인 그도 이혼한 사람이었는데 각각 열 세살, 열 한살, 아홉 살 먹은 세 자녀를 두고 있었다. 나는 그 아이들을 만났을 때 아이들과 건강하고 다정스러운 데다가 아버지를 몹시 좋아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더구나 피터는 즉시 도치와 친해졌고 조지의 문제도 대범하게 생각해 주었다.

 

데이트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서 피터가 청혼했다. 나는 내 문제로 그에게 부담을 준다는 생각 때문에 고민했다. 그러나 피터가 없어도 나 혼자서 살아갈 수 있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해 보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결국 청혼을 받아들였다. 결혼 후 나는 그에게 더욱 의존했고 우리 둘은 모두 신앙에 의지하게 되었다. 그는 “하나님께 힘을 구해요. 어느 날 갑자기 모든 일이 잘 풀리게 될 거예요”라고 말하곤 했다.

 

도치는 여덟 번째 생일을 지낸지 얼마 안 되어 병세가 악화되었다. 나는 거의 매일 병원에 가서 살았다. 도치가 거의 3주째 중환자 명단에 올라 있던 1971년 3월 6일 아침이었다. 나는 병실로 찾아다 “도치야, 내가 왔다”하고 말했다. “엄마.” 도치의 목소리는 힘이 없어 속삭이는 듯했다. “나 많이 아파” “그래, 알고 있다.” 나는 그 애를 병실 구석의 안락의자로 옮겨 주었다. TV를 켰지만 우리는 TV에 별 관심이 없었다. 우리는 그저 서로 껴안고 있을 뿐이었다.

 

갑자기 도치가 내게로 얼굴을 돌리면서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나 힘들어” 도치는 의식을 잃고 나에게 쓰러지듯 기댔다. 나는 그 애를 침대에 누이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도치는 혼수상태에 빠졌다. 나는 그 애의 손을 잡고 있었다. 의사들이 도치가 내 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치는 영영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3일 후에 그 애는 평화롭게 숨을 거두었다.

그 후 몇 주 동안 나는 고통스럽고 몽롱한 상태에서 지냈다. 공허하고 기진맥진했으며 무엇인가에 짓눌리고 있는 듯했다. 피터가 아니었다면 나는 완전히 무너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또 다른 딸이 나를 필요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지는 벨뷰병원에 만족하고 있는 것 같았다. 병원 사람들이 일 년 내내 끈기 있게 보살펴 주어서 고무적인 진전을 보이고 있었다. 숫자와 문자를 구별할 수가 있게 되었다. 그러나 뜻을 이해하지는 못했으며, 읽고 쓰고 셈하기는 당연히 안되었다.

 

조지의 일곱 번째 생일을 몇 주일 앞둔 어느 날, 켐블박사가 나를 자기 방으로 불렀다. 책상에 앉은 채로, 무언가 말하기 곤란해 하는 눈빛이었다. 조지가 계속 벨뷰병원에 있기에는 나이가 너무 들었다면서, 그래도 아직 치료가 더 필요하니 뉴욕에 있는 차일드빌병원으로 가보는게 좋겠다고 했다. 아주 훌륭한 병원이라고 했다. 그 병원은 특별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어린이 1인당 교직원 비율도 높다는 것이었다. 나는 다시 조지와 떨어져 지낼 수는 없었으며, 그것은 너무나 괴로운 일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캠블박사는 차일드빌의 어린이들은 조지보다 정신적 기능이 앞서 있으므로 조지가 그들의 행동을 보고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조지는 하루 24시간 동안 치료에 도움이 되는 환경에서 생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2년 밖에 안 걸릴 거예요. 나중에 그 애의 발전을 보면 기뻐하실 겁니다.”

 

그날 밤 나는 내 고민을 피터에게 털어놓았다. 만일 캠블박사의 예상이 틀려 아무런 효과도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래서 조지가 영원히 입원치료를 받아야 한다면? 피터도 망설였다. 마침내 그가 말했다. 조지의 장래가 그처럼 어둡다면, 우리는 최소한 그것을 개선해 보려고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조지의 일곱 번째 생일 다음날, 나는 그 애를 차에 태우고 차일드 병원으로 갔다. 고아원처럼 보이는 곳이었다. 층계를 걸어 올라가면서, 누구 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조지를 이런 곳에 데리고 왔다는 사실이 나를 화나게 했다는 점이었다. 나는 인도에 서 있는 가로등 기둥이라도 뽑아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는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키고, 조지를 4층의 방으로 데리고 가서, 옷들을 옷장 안에 넣어 주었다. 나는 조지를 껴안고 울면서, 그 애가 내 목을 껴안으면서 “가지 마, 엄마!”하고 말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조지는 결코 나를 껴안거나, 내게 입을 맞추거나, 나를 만지지 않았다. 그 애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조지의 발달진전/ 동생의 탄생

나는 조지가 “Nights in White Satin”이라는 노래를 들으며,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노래는 전에 우리가 자동차 안에서 자주 듣던 노래였는데, 이 노래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요즘 조지가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운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차일드빌 직원들은 그 애가 지금 집을 그리워하고 있으므로, 내가 한 달 동안 면회하러 오지 않는 게 좋겠다고 했다. 집을 그리워한다고?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말이 나에게는 조지가 커다란 발전을 이루었다는 말처럼 들렸다. 그들은 조지가 나를 만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내가 인내하면서 조지가 스스로 길을 찾도록 내버려두거나, 아니면 집으로 데려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캠블박사도 그 애를 응석받이로 키우면 영영 장애자로 만들 뿐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얼마 후 조지는 주로 친구들과의 사귐을 통해 캠블박사가 예견했던 진전을 보이기 시작했다. 상태가 많이 좋아져서 함께 놀 친구가 필요했던 아이들이 조지를 자기만의 세계에서 이끌어냈던 것이다. 술래잡기와 의자에 먼저 앉기 놀이, 그리고 카우보이와 인디언 놀이로부터 시작하여, 나중에는 숫자 맞추기 놀이를 하거나 탁구를 치는 단계로까지 발전해 갔다.

 

조지는 난생처음 정서적 수준이 같은 또래와 놀고 싸우고 어울리게 되었던 것이다. 조지의 학습 진전도 차일드빌이 가져다준 혜택이었다. 조지가 난독증에 걸려 있음이 밝혀지자 독서력 보강 담당교사가 하루 한 시간 씩 보충수업을 해서 조지가 기초실력을 쌓도록 도와주었다... 조지는 격주로 주말에 집에 왔다. 집에오면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이방, 저방 돌아다니면서 가구들을 보았다. 음식을 만들 때도 어설프게 도와주고, 몇 시간씩 정교한 추상화를 그리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조지는 놀랄 만큼 협조적이었는데, 마치 자기를 차일드빌로 되돌려 보내지 말았으면 하고 바라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차일드빌로 되돌아가면, 그 불만을 “행동”으로 나타내기 때문에 특히 월요일에는 다루기가 힘들어진다는 것이었다. “어떤 행동을 하지요?” 내가 물었다 “글쎄요. 술래잡기를 너무 거칠게 해요. 그리고 다는 아이들을 때리고, 차고해서, 자기를 혼자 내버려두도록 만들지요. 요즘에는 욕도 할 줄 안답니다. TV 소리가 너무 크다고 생각되면 소리를 지르기도 해요. 수업시간에는 바깥에서 부는 바람 때문에 건물이 무너지겠다고 말하기도 하구요. 그 애는 있지도 않은 소리를 듣는 답니다.”

 

조지가 집에 와서는 아주 잘 지내고 있다고 내가 알려주었더니, 담당 사회 봉사원인 주디스는 “그게 바로 정신분열증적인 행동이예요”하고 말했다. 그 당시 대부분의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자폐증을 일종의 어린이 정신분열증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 이론은 그 후 큰 논쟁의 대상이 되었지만, 그 당시에는 이 같은 생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내 공포심을 가중시켰던 것이다. 조지의 치일드빌 생활은 아홉 살이 되어도 계속되었다. 전보다 진전되었다. 다른 애들을 대하는 태도가 확실히 달라졌으며, 언어능력도 향상되어 있었다. 아직 먼저 말을 시작하는 법이 없었으나, 그래도 짧지만 완전한 문장으로 말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진전에도 불구하고, 차일드빌의 의료진은 그 애의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었다. 조지는 어떤 일에도 열중하려 하지 않았다. 대수롭지 않은 비나 바람을 무서워했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상상 속의 파도를 두려워했다. 차일드빌 의료진은 이런 것들을 정신분열 증세라고 생각했다. 1975년 6월, 나는 건강한 사내 아이를 낳았다. 우리는 아기 이름을 마크라고 지었고, 그 다음에 시골로 이사했다. 남편과 새아기와 함께 차분한 생활에 안주하고 보니, 때로는 차일드빌 병원의 의견대로 딸을 “중증장애아”로서 영구히 입원시키는 것도 어려울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병원 측에서 어떻게 생각하건, 나는 조지에게 정신병자라는 낙인을 찍을 수 없었다. 내가 보기에 조지는 자기 나름대로 적절하게 반응하고 있었으며, 단지 보이는 사람과는 다른 북소리에 맞춰 행진하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늘 불안했지만, 그래도 헤쳐 나갈 또 다른 길이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베라르박사를 소개받다

1976년 5월에 조지는 열한 번째 생일을 맞았다. 1년만 더 지나면 나이가 너무 많아서 차일드빌에서도 있을 수 없게 될 형편이었다. 다른 병원을 알아보려는데, 어느 증권회사가 남편 피터에게 스위스에 있는 제네바지사를 맡아 주지 않겠느냐고 제의해 왔다. 피터는 자폐증을 치료중인 아이가 있기 때문에 외국으로 나가기 힘들겠다고 그 회사에 통보했다. 그러나 회사 측에서는 유럽에 가서 조지를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면 되지 않겠냐고 되받았다. 결국 피터는 그 회사의 제의를 수락했다.

 

우리는 마크를 데리고 제네바로 갔다. 우리는 도착 즉시 미리 소개받은 어느 자폐증 어린이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사람은 정신과 의사인 세실 와랭을 만나보라고 우리에게 권했다. 피터가 그 이튿날 내가 그 의사를 만날 수 있도록 시간약속을 해주었다. 정신과 의사 와랭은 와랭이 말했다. “듣기로는 댁의 따님이 정서장애로 인해 미국에서 특수학교에 다닌다 던데요.” 와랭의 거동은 어딘가 위압적인 데가 있었다.

 

와랭은 학습능력이 없는 수많은 정서장애아들을 다루어 왔다고 말하면서 이상한 질문을 던졌다. “조지는 어떤 소리에 민감한가요?” 나는 조지가 다른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어떤 소음에 신경을 쓴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조지가 세인트 조지 호텔 측면에 있는 하수구의 소음 때문에 아주 괴로워 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내가 맡았던 어린이들 중에는 청각 때문에 고생하는 어린이가 많았답니다.” 와랭이 말했다. “그런 아이들은 다른 사람에게는 거의 들리지도 않는 소리 때문에 무척 괴로워하지요. 그것은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나는 힘을 얻어 우리가 「호두까기 인형」공연장에 갔다가 조지가 바이올린 소리를 참지 못해 중간에 나와야 했던 일을 설명했다. “조지는 어떤 소리를 들으면 미칠 것 같은가 봐요.”내가 말했다. 와랭은 몸을 의자에 깊숙이 파묻으며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잘 보셨어요. 정말로 미치기도 한답니다. 어떤 아이들은 청각이 과도하게 발달되어 있지요. 청각을 라디오에 비유한다면 조지의 경우는 라디오가 비정상인거지요. 어떤 소리는 마치 볼륨을 최대한 높여놓은 것처럼 너무 크게 들리는 겁니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보통 일상적인 소리도 불편하고 고통스럽게 들리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면, 사람 목소리가 너무 괴로워 사람을 피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요.” “그럼 조지도 아기였을 때 내 목소리가 듣기 싫어서 나를 피한 것일까요?”“틀림없이 그랬을 겁니다.”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나는 조지가 바다를 무서워하던 일을 떠올렸다. 물과 관련된 어떤 것이 그 애를 괴롭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그때의 상활을 와랭에게 설명했다. “조지가 바다를 무서워한 것도 그 소리 때문이었을까요?” 내가 물었다. 와랭은 그랬을 가능성이 크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조지에게는 다른 여러 가지 문제가 많은데 왜 청각이상이라는 한 가지 증상이 그처럼 중요한가요?”“그것이 회복의 열쇠일지도 모르기 때문이지요.” 와랭이 대답했다.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회복이라니? 내 귀를 믿을 수 없었다. 와랭은 그동안 수많은 어린이들이 정서장애에서 회복되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일단 청각을 교정하면 집중력과 학습능력이 향상되고, 결국은 이상한 행동도 하지 않게 된다는 예기였다. 와랭은 조지의 청각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프랑스의 어떤 전문가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와랭은 그 의사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 주었다. “그 분을 만나본 후에 나하고 다시 의논하기로 해요.” 우리는 일어나서 악수를 했다. 방안에는 희망이 가득 차 있었다. 와랭이 문을 열어 주었으니 조지와 함께 그 문으로 들어가 봐야겠다고 나는 마음먹었다.

 

 

“그럼, 난  미치지 않은 거야?”/병원측에서는 베라르AIT치료를 반대 / 베라르치료후 전반적 호전

우리가 제네바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프랑스의 안시에 도착하자 베라르박사가 우리를 따뜻이 맞이해 주었다. 그는 자기가 개발한 청각훈련법을 설명하면서, 자기가 거둔 성공을 자랑하지 않았다. 그는 그것이 조지에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가 말했다. “와랭에게 조지가 바다를 무서워하며 특히 파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고 들었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두 가지가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조지에게 바다를 무서워하는 이유가 그 파도소리 때문인지 물어봐 주세요.” 베라르 박사는 조지를 자기에게 데려온다면 정밀 청력검사를 실시하여 청각왜곡 현상이 일어나는 정확한 주파수를 밝혀내겠다고 했다. 그런 다음 조지의 청각 재활훈련을 시키게 된다는 얘기였다. 치료는 열흘 동안, 하루 두 번씩 하는데, 한번에 30분밖에 안 걸린다고 했다. 내가 그 처럼 단기간에 치료가 되겠느냐고 미심쩍어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청각은 매우 빨리 조정될 수 있습니다. 두고 보시면 알겁니다.”

 

미국으로 돌아온 나는 즉시 내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전화통화를 했다. 차일드빌에 전화를 걸어 조지를 불러내자, 조지는 나를 “엄마”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저 퉁명스럽고 냉담한 말들을 내뱉었을 뿐이었다. 그래도 나는 조지가 말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늘 하느님께 감사하고 있었다.

 

나는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고 나서, 우리가 베라르박사와 청력검사 사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이렇게 물었다. “한 가지 대답해줘. 네가 바다를 무서워하는 것은 바다에서 나는 파도 소리 때문이니?” “응.” 조지가 대답했다. 나는 이 세상의 모든 교회가 종을 울려주기를 바라고 싶은 심정이었다. “조지야, 나에게는 그 소리가 그렇게 크게 들리지 않는단다.” “나는 파도소리가 무섭지 않아. 아주 좋은 소리로 들리거든. 너에게는 그 소리가 나보다 크게 들리기 때문에 그 소리를 무서워하는 거야. 내 말 알아듣겠니?” “그럼 엄마에게는 바다에서 나는 소리가 다르게 들린다는 거야?” 이처럼 조리 있게 생각할 줄 아는 아이가 어째서 지진아란 말인가? 나는 처음으로 조지와 내가 지능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내가 하는 말이 그 애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 맞아.” 내가 말했다. “조지야, 너는 청각에 문제가 있데, 너에게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린다는 거야.” “그럼 난 미치지 않은 거야?” 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럼. 넌 미치지 않았어.” 그것은 그동안 내개 한 말 중에서 가장 멋진 말이었다.

 

차일드빌 측에서는 이 치료계획에 반대했다. 그들은 조지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입원치료뿐이라고 주장하면서, 조지가 펜실베이니아주의 어떤 병원에 입원하여 교육을 마치고 그곳에서 평생 지낼 수 있도록 이미 수속을 밟아 놓았다고 말했다. 나는 내가 아는 정신과 의사 두 명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했다. 두 사람 모두 청각훈련도 다른 방법 못지않게 그럴듯한 치료방법이라면서 손해 볼 것 없다는 의견이었다.

 

이듬해 정월 초하루에 나와 피터는 마크와 조지를 데리고 제네바 행 비행기를 탔다. 우리는 교외의 자갈이 깔린 어느 고풍스러운 마을의 호텔식 아파트에 거처를 정했다. 우리는 이튿날 아침 베라르박사 사무실로 갔다. 베라르박사가 그의 사무실에서 조지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지금 당장 청각테스트를 해보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검사결과는 마치 알프스산맥을 그려 놓은 것 같은 그래프로 나왔다. 정상선의 위아래 뾰족한 산봉우리들과 골짜기들이 잔뜩 나타나 있었다. “난독증의 일부는 청각과 관계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가 말했다. “치료를 받고나면 독서력에도 큰 변화가 나타날 겁니다.” 그는 그래프의 뾰족한 부분을 가리켰다. “증세가 아주 심하군요. 이 주파수에서는 너무 잘 들리기 때문에 통증을 일으키는 겁니다.” 그리고는 조지를 보며 말했다. “치료 도중에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이어폰을 벗으면 안 된다. 이어폰을 계속 끼고 있겠다고 약속해 주겠니?”“네." 조지가 말했다.

 

베라르박사는 조지를 데리고 사무실로 데리고 들어가서, 기계의 다이얼을 조심스럽게 조작하여, 높고 낮은 소리의 여러 가지 음악을 번갈아 선택하면서 필터해서 해로운 주파수를 걸러냈다. 30분 후에 조지가 웃으며 나타났다. 베라르박사도 대기실로 나왔다. “참 잘했다. 약속을 지켰구나. 아주 고통스러울 때가 있었지?” “네. 시끄러운 부분은 그랬어요.” 조지가 대답했다. 닷새 동안 치료받은 후 베라르박사는 또 한 번 청각검사를 했다. “잘 치료되어가고 있습니다.” 베라르박사가 말했다. 그는 들쭉날쭉한 부분이 많이 무디어져 물결처럼 굽이치는 모양이 된 새 그래프를 보여주었다. “결과가 매우 좋습니다. 이 애의 행동이 점차 변하는 것을 보시게 될 겁니다. 신체적으로 편안해지면 행동도 부드러워져서 아이를 다루기가 쉬워질 거예요. 목소리에도 생기가 돌 겁니다. 물론 애가 화를 내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건 이해하셔야 합니다. 조지와 같은 아이는 격한 분노를 느끼는 법이니까요. 자기가 왜 그처럼 오래 고생해야 했는지 갈피를 못 잡는 게 당연하지요.”

 

불과 며칠 동안 치료받았는데도 조지는 집중력이 늘어난 듯, 지시에 잘 따랐다. 열흘 후에 마지막으로 실시한 조지의 청각검사 그래프에는 물결모양의 곡선만 나타나 있었다. “청각이 이제는 정상범위 내에 있군요.” 베라르박가가 말했다

 

그날 저녁 피터와 내가 거실에 앉아 있는데 조지가 나타났다. “나, 밖에 나가 놀아도 돼?" 그 애가 물었다. 그건 전에 없던 이상한 질문이었다. 그 애는 아무 말도 없이, 나가 놀곤 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밖은 캄캄했고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왜 나가서 놀고 싶은 거지?” 우리가 물었다. “이젠 빗소리가 기관총 소리처럼 들리지 않아요.” 라고 말했다. 피터와 나는 서로 상대방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래, 나가 놀아!” 그 애가 문밖으로 달려 나가자, 우리는 발코니로 나가보았다. 조지가 손바닥을 위로 한 체로, 두 팔을 뻗고 하늘로 향하여, 얼굴에 비를 흠뻑 맞으면서 발끝을 빙글빙글 돌며 뛰어다니고 있었다. 피터와 나는 그 자리에서 서로 껴안고 울었다.

 

 

새로운 사실: 베라르AIT치료 후, 극적인 진전

조지에게 그 밖에도 다른 진전의 징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며칠 후, 그 동네의 슈퍼마켓에 들렀을 때, 조지는 장난감 코너에서 스케이트보드를 보자 그것을 사달라고 졸랐다. 스케이트보드를 사 주었더니, 오후 내내 연습을 하여 놀라울 정도로 빨리 기초 기술을 익혔다. 그러더니 놀랍게도, 함께 놀 친구를 찾는다면서, 이웃동네로 가는 것이었다. 조지는 곧 스케이트보드를 탄 열 한 살짜리 아이를 만나 서로 친구가 되었다.

이전에 조지의 말은 주로 전달하기 식의 말이었다. 이제는 대화의 즐거움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조지는 베라르박사에게 치료받은 후, 훨씬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치료받기 전에는 청각이 너무 예민하여, 꽤 멀리 떨어진 길거리의 소음이라든가 다른 아파트 화장실의 물 흐르는 소리, 그리고 심지어 자기 혈관 속에서 피가 흐르는 소리까지도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의 숨소리가 듣기 싫었고, 작은 방안에 어른들이 여러 명 있을 때, 특히 그랬다고 했다. 이 모든 것이 나에게는 아주 새로운 사실이었다.

 

조지는 또 자기가 어렸을 때는 사람 목소리가 싫었는데, 그 당시 우리 집은 너무 시끄러워서 제대로 생각할 수도 없었다고 했다. 내가 늘 라디오나 전축, 아니면 텔레비전을 켜놓고 있던 일이 생각났다. 얼마 후 조지는 동네 친구 몇 명을 사귀게 되었다. 아이들은 프랑스어와 영어, 그리고 손짓을 섞어가며 의사소통을 했다. 조지의 말과 행동에 좀 특이한 점이 있어도 조지가 미국인인 탓으로 돌려지고 있었다.

 

그러나 역시 베라르박사의 말이 맞았다. 갈 길은 아직 멀었다. 조지가 화를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애는 자신이 비참했던 어린 시절을 내 탓으로 돌리고 있었고, 때로는 내 옆구리를 “우연히” 찌르거나 팔을 할퀴거나, 내 바로 앞에서 문을 콩하고 닫는 등, 교묘한 방법으로 공격적인 행동을 했다. 나는 전처럼 그 애를 너그럽게 봐주지 않고 가끔 나도 모르게 적대적인 자세를 취했다. 어느 날 내가 전화를 걸고 있는데, 조지가 밖에서 놀다가 들어와서 귀찮게 질문을 했다. 내가 손가락을 입술에 대면서 조용히 하라고 일렀는데도, 고집을 부렸기 때문에 나는 그만 홧김에 그 애의 뺨을 때렸다. 우린 둘 다 충격을 받았고, 기분이 몹시 언짢았다. 그 후로 그 애가 통화중에 귀찮게 구는 일은 없어졌지만, 나는 좀 더 친절하게 기술적으로 대해 주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어느 날 오후에 커다란 진전이 이루어졌다. 조지와 내가 소파에 앉아 있을 때 조지가 말했다. “어떻게 하면 정상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지 가르쳐 줄래요?” 그 때부터 우리는 조지가 “빗나간” 행동이나 말을 할 때마다 함께 좀 더 자연스러운 대처방법을 찾아보곤 했다. 조지는 지도를 받아가면서 대화중에 상대방을 바라보는 법, 손에 힘을 주어 악수하는 법, 똑바로 서 있는 법, 웃으면서 질문에 대답하는 법 등을 익혔다. 예전의 행동이 점진적으로 벗겨져 나가고 귀엽고 책임감 있는 어린이로 변화되고 있었다. 그래도 조지는 아직 정규학교에 다닐 준비가 되어 있지는 못했다.

 

나는 조지가 다닐 학교를 물색하는 하면서 일반사회, 지리, 프랑스어 등의 교과서를 빌려와서 자습을 시작했다. 우리는 아침마다 공부를 했다. 재미있기는 했지만, 마크의 훼방 때문에 공부를 계속 하기가 힘들었다. 몇 주일 후에 나는 제네바에 영어를 사용하는 특수학교가 있었다. 이 학교는 학생은 두 명뿐이었는데, 한명은 신경장애자였고 다른 한 명은 심한 지진아였다. 그 선생님은 조지를 기꺼이 맡겠다고 했다. 이 학교는 조지에게 딱 맞는 학교였다. 전문가에게서 사실상의 개인 교습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조지를 보낼 학교가 기껏 장애자들이 다니는 이 조그만 학교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나는 와랭을 찾아가 조지에게 알맞은 학교를 구하지 못해 낙담하고 있고, 조지의 이상한 행동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와랭은 언제나처럼 침착하게 내 말을 듣더니 이렇게 말했다. “조지는 계속 빠른 속도로 나아질 거예요. 조만간 정상적인 따님을 보게 될 거예요.” 어느 날 아침 나는 선반에서 스웨터를 꺼내다가 저혈압으로 잠시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조지가 곁에서 나를 지켜보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엄마, 엄마, 일어나!” 놀라운 순간이었다. 조지가 나를 엄마라고 불렀던 것이다. 그리고 조지가 나에게 진정한 애정을 보인 것도 이때가 처음이었다.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나를 지켜보는 조지를 보고,나를 걱정해서 자리를 뜨지않고 그 곳에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비로소 나는 정상적인 딸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다시 미국으로/ 학교에서 이해부족/ 학교의 적응곤란 /극복

조지가 곧 좋아질 것이라던 세실 와랭의 예견은 들어맞았다. 3월에 우리는 스키휴가를 즐기러 프랑스쪽 알프스산으로 갔었다. 조지는 초보자 반에 들어갔다. 조지가 자기 과거를 모르는 사람에게서 가르침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나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러나 점심시간에 스키강사는 칭찬하는 말만 했다.“댁의 따님은 놀랄만한 균형감각을 갖고 있어요.” 3일 만에 조지는 우리와 함께 스키를 탈 수 있게 되었다. 그 애가 지칠 줄 모르고 멋진 자세로 겁 없이 스키를 타는 모습을 보니 정말 흐믓했다.

 

조지는 영어 학교를 마친 후 “누벨 에콜 모제르”라는 진보적인 사립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조지는 열심히 공부했는데, 스위스의 초등교육제도가 기계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조지가 다니기 쉬웠던 것으로 생각된다. 조지는 순조롭게 6학년에 진급해서 봄철 1학기에 평균 B플러스의 성적을 올렸다. 나는 그 소식을 듣고 책장에 가서 스위스에 올 때 가지고 온 「특수교육편람」이란 책을 꺼냈다. 그리고 그 책을 거실로 가지고 와서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1978년 9월에는 마크가 유아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조지는 7학년이 되었다. 이제 막 생활이 편안하게 정착되려는데, 남편이 갑자기 뉴욕으로 발령을 받았다. 이사를 하기에는 때가 좋지 않았다. 학기 도중에 아이들을 전학시킨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지는 며칠 동안 이 사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불안, 초조하였는데, 나도 조지를 나무랄 수 없었다. 조지는 귀국하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우리는 친구들과 작별하면서 앞으로도 계속 연락하기로 약속했다. 세실 와랭은 기념으로 두 살 난 마크에게 어린이 의자를 선물했다. 우리는 와랭과 작별하면서 우리 삶을 바꿔준 데 대한 감사의 말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와랭은 조지의 얼굴을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또 베라르박사에게 전화를 걸어 잎으로도 조지의 경과를 계속 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12월에 우리는 뉴욕 행 비행기에 올랐다. 맨하튼에 자리 잡은 우리는 아이들을 사립학교에 입학시키고 새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몇 달이 지난 후 조지의 학교에서 문제가 생겼다. 교장 선생님은 합리적인 사람이었지만, 여교사 한사람이 조지는 아직 자폐증 환자라고 주장함으로 문제가 야기됐던 것이다. 이 여교사는 자폐증은 결코 치유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 이야기가 학교 안에 퍼지자 조지는 마치 자기가 현미경으로 정밀검사를 받고 있는 것처럼 느끼기 시작했다. “엄마, 미술선생님 말고는 모두가 나를 신통치 않게 보고 있어요. 느낌으로 알 수 있어요.” 조지가 말했다. 조지의 중등능력시험(SSAT) 성적이 낮게 나오자(그 애는 11세가 될 때까지 일반 지식을 별로 배우지 못했으므로 이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교사들은 그 애의 현재의 학업능력을 칭찬하지는 않고, 이 시험성적을 트집 잡았다. 내가 항의도 하고 설명도 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자신감이 사라지면서 종전의 자폐증 증세 가운데 몇 가지가 조지에게 다시 나타났다. 조지는 얼굴이 창백하고 늘 긴장했으며 어깨를 구부린 채 땅을 보며 걸어 다녔다. 조지는 사람들을 싫어했다. 몇 몇 남자아이들이 늘 조지를 괴롭혔고, 조지는 화장실에 들어가서 울곤 했다.

 

그래도 고마운 것은 네 살짜리 마크는 조지가 밤에 집에 들어오면 두 팔로 조지의 목을 안고 “난 조지 누나가 좋아”하고 환성을 지른다는 점이었다. 내가 학교를 옮기자고 했지만 조지는 포기하지 않았다. 우리는 조지의 이러한 자세가 자랑스러웠다. 학교를 졸업하면 학력을 인정받아 고등학교 진학까지 바라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었다. 한편 그 당시 우리는 호박벌 이야기를 자주 하곤 했다. 호박벌은 날개가 너무 작아서 도저히 날아다닐 수 없을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호박벌 자신은 그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어떻게든 날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미술학교에 입학/ 림랜드박사를 만남/ 자폐증의 원인은 양육상의 부모 문제가 아니다

1979년 봄에 남편과 나는 청각 훈련에 관심있는 부모들의 모임을 조직했는데, 몇 몇 부모들은 자기 아이들을 베라르박사에게 데리고 갔다. 그 아이들의 행동이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러 부모들은 자기 아이들의 치료결과가 조지만큼 뚜렷하지 못하다고 실망하고 있었다. 우리는 부모들이 헛된 희망을 품게 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뉴욕난청자연맹의 전문가 제인 마델의 도움을 청했다. 마델은 베라르박사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그를 만나서 앞으로 청각훈련을 받을 후보자들의 청각검사 결과를 제공해 주기로 합의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베라르박사는 크게 개선될 가망이 있는 아이들에게만 희망을 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조지는 무럭무럭 잘 자랐다... 자폐증을 고친 후로는 창백했던 얼굴도 건강한 장미 빛으로 바뀌었다. 가을이 되어 8학년으로 진급했다. 이듬해 6월에는 졸업하게 되기 때문에 우리는 몇 몇 사립고등학교를 찾아가 보았으나 모두들 조지의 학력시험과 성적과 이력을 이유로 입학을 거부했다.

 

어떤 친구가 정식 고등학교 과정을 가르치는 공립직업 미술학교인 미술디자인 고등학교에 지망해보는게 어떻겠느냐고 의견을 내놓았다. 조지의 경력은 손해만 될 뿐이므로 우리는 편법을 쓰기로 했다. 우리가 스위스에서 귀국할 때 이삿짐을 실은 배가 폭풍우를 만나 우리 짐이든 컨테이너는 바다에 던져야 했었다. 그래서 1977년 이전의 기록을 요구하면 나는 “아, 네, 그 기록은 바다에 던져졌어요!”하고 둘러댔다. 딸을 고등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우리가 거짓말쟁이가 될 수밖에 없다니 교육제도가 어딘가 잘못되어 있는 게 분명했다.

 

조지는 미술선생의 도움으로 입학원서에 미술 작품견본을 첨부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의 담당직원은 합격여부를 3월에 통지해 주겠다고 했다. 3월이 다 지나도록 아무 소식이 없었다. 4월이 되어 그저 한번 확인해 볼 작정으로 교무실에 전화를 걸었다. “아니, 아직 연락받지 못했어요?” 담당자가 말했다. “6주 전에 합격판정이 났어요. 우편물이 분실된 것 같군요. 그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온 조지는 한 시간 동안이나 웃음을 그치지 못했다. 우리는 마크와 함께 거실에서 껑충껑충 춤을 추었고, 생 후 10개월 된 사라는 유아용 의자에 앉아서 손뼉을 쳤다.

 

자폐증 경력을 감춘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지만, 우리는 그것이 현실에 대한 최선의 현명한 적응이었다고 생각했다. 조지는 이제 ”정상적‘인 10대 소녀로서 과거의 경력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가 사는 건물에 프랑스인 두 가족이 살고 있었다. 나는 그 중 한 집의 어머니와 여름휴가 중의 교환방문 계획을 짰다. 조지가 7월 한 달을 프랑스에 있는 그 여자의 사촌 집에서 보내고, 8월에는 그 집 딸이 우리 집에 와서 지낸다는 것이었다.“문제없어요, 엄마.” 조지가 가방을 챙기면서 말했다. 그 애는 편지로 피레네 산맥에서의 하이킹과 코르시카섬 해안에서의 윈드서핑에 관한 이야기를 적어 보냈다. 조지는 삶에 대해 한 없이 감사하고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학업성적이 크게 향상되어 이것만으로도 친구들 중에서 두드러져 보였다.

 

나는 그동안 베라르박사와 연락을 취하고 있었는데, 샌디에이고에 있는 자폐증연구소의 버나드 림랜드박사가 조지를 알게된 것도 그를 통해서였다. 자폐증에 관한 림랜드의 저서 「유아자폐증」은 이 증세의 원인에 관한 베텔하임 이론의 허구성을 폭로하는 책이었다. 림랜드는 자폐증이 출산 전, 또는 출산 중에 입은 뇌손상 대문에 생기게 된다고 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강조했다. “이런 어린이들의 부모는 자폐증이 생물학적이 아닌 정신적 원인으로 발생한다는 가설에 수반되는 수치심, 죄책감, 부부간의 불화로 고생할 필요가 없다.”

 

 

조지는 우등생/ 대학 졸업식에서 우등상 수상

림랜드는 조지의 이야기를 듣고, 좀 더 상세한 내용을 알고 싶어했다. 그는 조지의 자폐증 증세를 평가하기 위해 나에게 진단용 테스트 용지를 작성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 상세한 조사표를 작성하는 데는 여러 시간이 걸렸지만, 끝내고나니 속이 후련했다. 림랜드가 전화로 조지의 검사결과는 평점이 플러스 19로 나왔다고 알려왔다. 그것은 조지의 경우 예후가 나쁜 전형적인 자폐증이었음을 말해주는 평점이었다. “조지의 병력을 다른 자폐증 환자들에게 꼭 알려 주셔야겠습니다.” 나는 그 제의를 받아들였지만 때가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지가 막 대학에 들어갔기 때문에 졸업할 때까지는 그 애의 이야기가 알려지지 않기를 바랐던 것이다.

 

조지는 첫 학기부터 우등생 명부에 올라 있었기 때문에 3학년 때는 이탈리아에 가서 공부할 수 있었다. 조지는 피렌체에서 6개월 동안 목가적인 생활을 했는데, 공부를 마치고 귀국할 때는 이탈리아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조지가 외국에 나가 있는 동안, 조지가 자기 대학에서 가장 명예로운 리젠트우등상을 받게 된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탈리아로 전화를 걸어 조지에게 이 소식을 알려주었는데, 어리둥절해 했다. 자신이 이처럼 훌륭한 학생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4학년 때, 벨뷰병원 자폐증 진료소의 연례 크리스마스파티 초청장이 왔다. 우리는 그 파티에 참석하게 되었다. 켐블박사가 따뜻한 미소로 우리를 맞아 주었다. 그리고 조지가 자기 학업 성적을 얘기해 주니까 그 여자는 자기가 맡았던 환자가 이룩한 놀라운 발전을 몹시 기뻐해 주었다...

 

1988년 5월 우리는 조지의 대학 졸업식에 참석했다...우리는 모두 기쁨에 넘쳐 있었다... 실내의 벽에는 졸업생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조지의 작품이 가장 많았다. 멋진 판화 6점이 전시되어 있었던 것이다. 조지는 우등으로 졸업했으며, 학업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수여되는 찰스 소리베리 상을 받았다. 조지가 상을 받으러 단상으로 올라가자 조지가 좋아하는 교수 짐 리가 그 애를 포옹해 주었다. 우리가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 있을 때 여덟 살짜리 사라가 열 두 살 난 마크에게 물었다. “우리 언니가 1등이야?” “그래.” 마크가 빙긋이 웃으며 대답했다. 조지를 찾아서 모두 함께 팔짱을 끼고 둘러섰다. 조지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엄마, 오늘은 내 평생 가장 행복한 날이에요.”